[사진 출처] http://m.twins.mlb.com/player/666560/byung-ho-park
어제 박병호가 타격이 부진한 상황이지만 극복할 것이라는 바람을 적었는데 오늘 경기에서 2루타를 포함해서 3안타를 기록하며 그럴 수 있다는, 또는 이미 벗어났다는 신호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4월에 강한 모습을 보여서 상대 팀들이 집중적으로 연구해서 대응한 결과 부진했던 측면이 분명히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계속 당하고만 있을 리도 없으며 잘 대응해 나가리라 믿는다. 박병호 선수보다 팀 자체가 너무 많이 져서 그것이 답답하다. 이미 이번 시즌이 망가져 가고 있는데 잘 수습해서 일차적으로 4할 승률이라도 달성했으면 좋겠다.
김현수 선수에 대해 볼티모어 지역 기자 출신 언론인의 칼럼이 모 포털에 거의 일주일 간격으로 하나씩 원문과 번역문이 올라오고 있다(단순히 필자의 욕심이지만 한국인 선수가 활동하는 모든 팀의 칼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2016년 3월 23일 처음 올라왔고 6월 3일 기준으로 6월 2일까지 총 11회 올라왔다. 당연히 김현수 선수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가끔 다른 한국인 선수에 대한 기사도 약간씩 볼 수 있었다.
4월 29일 기사가 좀 인상적이었는데 두 스카우트에게 김현수 선수에 대한 각각의 의견을 들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조이 리카드는 주전 좌익수도 활동하고 있었고 당시 기사 속에서 김현수 선수는 12타석 10타수 5안타, 2볼넷을 얻어낸 성적을 보였다. 23타수 무안타까지 기록하고 있었는데, 스프링캠프에서 주눅든, 겁먹은 모습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타격 연습 때는 더 나은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잠재력이 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수비력이 뛰어난 것 같지는 않다고 하고 가끔 나오는 제4의 외야수, 또는 트리플에이와 메이저리그의 중간 정도로 보인다는 평가였다. 마이너리그로 내려가라는 지시를 거부하고 남은 것이 꾸준히 출장할 수 없다는 점에서 본인에게 손해 아니겠다는 지적도 보였다. 한국 리그보다 더 빠른 공을 잘 칠 수 없을 것 같으며 박병호도 그런 점에서 유사한 측면이 있지만 박병호는 힘이 좋으니 좀 더 잘 적응할 것이라고 했다.
마이너리그로 내려가라는 지시를 따랐다면 당연히 꾸준히 출전할 수는 있었겠지만 필자가 접한 뉴스로는 언제 올려주겠다는 기한도 없으며, 지명타자로 출장 시킬 예정이라는 데에 과연 구단의 지시를 순수하게 선수를 위한 것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 없으며, 내려가서 아무리 잘 쳐도 '조금 더 수련이 필요하다'라고 하면서 계속 놓아둘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시를 따른다는 것이 오히려 더 위험부담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려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리고 아무리 스카우트가 그 분야의 전문가라고 해도 그들도 한국 출신 선수들에 대한 제한된 정보로 잘못 판단할 수 있으며 또 한국 리그에서 상대적으로 느린 볼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메이저리그의 더 빠른 볼에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은 일종의 선입견, 편견일 수 있다고 이 기사를 처음 접할 때에 생각했다. 또 지금도 이 생각은 변함이 없다. 어떤 선수는 정말로 더 빠른 볼에 상당 기간, 또는 영원히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기 나름대로 적응하는 선수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5월 14일 기사에서 당시 23타수 11안타를 기록하고 있으며 번역 기사 표현을 그대로 옮기자면 '그냥 로스터 자리 하나를 축내고 있다는 우려를 확실히 종식시켰다.'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이 날 기사에 주로 언급된 점은 김현수의 수비에 관한 내용이었다. 감독과의 인터뷰가 소개되어 있는데 스프링캠프 때에 보였던 약간의 불안했던 모습만으로 수비 능력을 평가할 수 없으며 수비 능력에 관해 너무 우려할 필요 없으며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있다는 내용이 추가되어 있었다. 들어서 기분 나쁜 내용은 없지만 그렇다면 3월 하순에 마이너리그로 보내야겠다고 언론을 통해 흘리던 수비에 관한 표현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약간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마이너리그에 보내야 한다는 근거 중의 하나가 수비가 안 좋다는 내용도 분명히 있었다. 그렇다면 이 기사와 비교해보면 수비 문제는 마이너리그로 보내려는 명분 쌓기에 불과한 것이었는가 하고 강하게 의심하게 만든다.
현재(6월 3일) 기준으로 최근에 올라온 6월 2일 기사는 그 전과는 많이 다른 분위기일 수밖에 없다. 마크 트럼보의 인터뷰로 시작하는데 꾸준히 출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정도라도 이루어낸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경기에 자주 나서지 못하더라도 꾸준히 노력해온 결과라고 좋게 평가해준 내용이 보인다. 쇼월터 감독의 인터뷰도 실렸는데 꼭 이 기사가 아니더라도 다른 기사에서 볼 수 있었던 내용이었다. 경기에 나오지 않고 지켜보면서 좋아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인터뷰는 많이 공감할 수는 없었다. 그냥 결과론적인 분석 같이 느껴지는 측면이 컸기 때문이다. 지켜보면서 감각을 키우고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렇게 생각해왔다면 3월 하순에 마이너리그로 보내려 했던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마이너리그에서 지켜보면서 뭔가 배우라는 것일까. 근데 그것은 분명히 아닐 것이다. 마이너리그에서 꾸준히 출전시켰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만 또는 아쉬움이라고 해야 할 것이 있는데 설령 그렇다고 해도 출전 자체가 너무 적지 않나 하는 것이다. 4월 초 뜸하게 출전시키는 것까지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출전하면서 조금씩 감을 잡아가는 모습을 보일 때 적어도 세 경기에 한 번 정도라도 출전시킬 수 없었는가 하는 점이다. 5월 하순에 김현수 선수가 출장 기회를 많이 잡은 것은 갑자기 잘했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4월 중순 이후 경쟁자 조이 리카드 선수의 부진이 계속되고 주간 타율이 일 할 정도로까지 하락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데 그럴 듯한 이유를 붙여서 인터뷰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물론 이렇게 감독에게만 날을 세우는 듯한 글이 되어 버렸는데 사실 감독만의 의견은 아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단장의 의지도 있었을 것이고 혹시 더 뒤에 구단주의 생각도 있었을지 모른다. 감독이 앞에 나서서 말했을 뿐이라고도 생각한다).
꾸준히 칼럼을 지켜보다가 이제 와서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두 달을 거치면서 더 이상 25번째 선수는 아니고, 특히 5번째 외야수가 아니라는 것을 어느 정도 입증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어떤 선수가 할 수 있다, 없다 하는 것은 결과로 말하는 수밖에 없다. 정확한 평가는 적어도 올해 시즌이 끝나봐야 알 수 있다. 김현수 선수가 인터뷰에서 종종 했던 말처럼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말이 제일 와 닿는다. 어느 날 3안타를 쳐도 다음 날 무안타일 수 있다. 하루 맹타를 기록하면 언론에서 난리가 나지만 반대로 한 3일 부진하면 반대 방향으로 난리가 나는 기사도 나오고 댓글도 아마 엄청날 것이다. 결국 꾸준히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현재 상태에서 김현수 선수가 주전 좌익수로 확실히 자리잡았다고 단언하지 않는다(6월 2일자 볼티모어 홈페이지에도 주전 좌익수는 여전히 조이 리카드이다). 다만 그 쪽으로 가고 있다고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이번 시즌이 끝날 때, 마이너리그로 가라는 지시를 거부하고 남아서 확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로 깔끔하게 논란을 끝내고 서로 덕담이나 주고받으며 새 시즌을 준비하는 가을이 되었으면 한다. '다 잊어라, 그 때는 좀 많이 부진했어', '다 잊었습니다. 내년에 더 나은 모습으로 뵙겠습니다', 이런 식의 대화가 오가는 가을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