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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사진/감상

[감상문] 이소은, <작별>과 여자친구(GFRIEND), <시간을 달려서(ROUGH)> 비교

by 풍경과 생각 2022. 9. 8.

(드디어 비교를 시작한다. 편의상 가수 이름은 생략한다.)

 

한계의 수용

 

<작별>과 <시간을 달려서> 모두 현재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보인다. 조금 더 따져보면 현재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는 공통의 원인은 소녀인 화자에게 있다. 애정이 강도 높게 진행되는 것을 사회적 통념 등에 비추어 스스로 자제했다고 할 수 있다. 내재적 원인에 의한 애정 성취의 태생적 한계성이 나타난다. 

 

시간과 장벽

 

<작별>에서 아주 분명하게 나온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남자에게는 화자가 '언니'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는 것으로 보면 그 둘은 성인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즉, 화자는 교복을 입는 소녀이고 그들은 성인이다. <시간을 달려서>에서는 '우린 아직도 많이 어리긴 한가 봐'라는 구절이 나오는 것만 봐도 소녀와 소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차이가 현재와 미래를 구별하게 한다.

 

<작별>이든 <시간을 달려서>든 바로 지금 이 순간 관계의 발전은 일단 힘들다고 해야 한다. 일단 상대라는 변수를 제외하고 화자가 어리다는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화자가 어리다는 약점은 지속성은 없다. <작별>이든 <시간을 달려서>든 화자가 고교생으로 설정되었다고 하겠는데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어쨌든 기다리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그런데 <작별>에는 일반적으로 시간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이미 상대에게 다른 여성이 있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세월이 지나서 졸업한다고 자동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러므로 <작별>에서 시간은 '다른 사람'이라는 더 큰 장벽을 기준으로 보면 이중장벽 중에 작은 장벽일 뿐이다. 시간과 관련 없는 장벽이다.

 

그런데 <시간을 달려서>에서는 '다른 사람'의 장벽은 없고 오로지 시간의 장벽이 있을 뿐이다. 앞에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고 했지만 아직은 아니며 길게 느껴지는 장벽일 뿐이다. 시간 자체가 장벽이다. 

 

회귀와 진행

 

상대에게 다가가는 다소 과감한 행위는 <작별>에서만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과감하다는 것은 이중으로 볼 수 있다. 일단 성인에게 다가갔다는 점, 그리고 이미 다른 여성이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가사를 보면 불편하게 했다고 하지만 아마도 상대 마음을 흔들었다고 하겠다. 그런데 거기까지일 뿐이다. 이미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지만 교복 입은 모습을 보여주는 행위 자체도 화자와 남성의 관계에 더 이상이 진행이 없다는 것을 선언하는 셈이다. 결국 화자와 남성은 서로 모르는 사이처럼 돌아가게 될 테니 이전으로 회귀된다고 하겠다.

 

<시간을 달려서>는 가사에서 보면 서로 어리다는 것 이상의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 (물론 무조건 잘 된다고야 할 수 없겠지만) 앞으로 잘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상태의 진행이 예정되어 있다고 하겠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만 정리하면 문제가 있다. 현재도 좋고 미래도 좋을 것이면 아주 긴장도 없고 특별할 것고 별로 재미 없는 진행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좀 단순화하면서도 약간 다르게 정리할 필요가 있는데 둘의 마음이 조금씩조금씩 가까워지면서 서로 특별한 존재가 되어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점진적으로 상승곡선을 그려왔다고 하겠다. 그런데 상황은 그렇게 점진적이지는 않다. 마음은 많이 가까워졌는데 (아직 어리다는) 외적인 조건은 당장 변화가 있을 일이 별로 없다. 거기에서 오는 불만족 상황이 이 노래 감상의 한 축이 된다. 즉 초기에 비해 심리적 단계와 현실적 단계의 괴리가 커진 상황이다. 

 

닫힌 미래와 열린 미래

 

<작별>에서 노래에 등장한 것으로 상상하게 되는 여러 일들은 이제 둘만 기억하는 일이 될 것이고 그것조차도 세월이 지나면 점차 흐릿해질 수 있다. 언젠가 다시 만나 과거에 이런 일이 있었다고 즐겁게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어떤 상자에 넣고 잠그는 것과는 같은 상태일 것으로 보이며 그래서 닫힌 미래라고 하겠다. 

 

<시간을 달려서>는 원하는 미래의 모습이 당장 실현될 것 같지는 않으니 시간을 달려서라도 미래를 빨리 만나고 싶은 마음을 나타내고 있다. 앞으로 변수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참고 기다리면 바람직한 미래가 온다고 믿고 기다리는 태도가 보인다고 하겠다. 바라는 대로의 미래 모습을 생각해 볼 수 있다느 점에서 열린 미래라고 하겠다. 

 

우리 감상자로서는 <작별>에서 봉인되는 추억의 아쉬움과 <시간을 달려서>에서 빨리 이뤄지기 바라는 안타까운 희망을 때로는 거리를 두면서 볼 수도 있고 때로는 공감하기도 하면서 즐길 수 있다는 현실에서 소소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시간을 달려서: 쏘스 뮤직 공식 뮤직비디오]